명상 수행

수행자만이 아닌 모든 인간의 삶 지침서 - 조용한 할아버지의 음성 같은 명상 입문서 ; 선으로의 초대(스즈키 순류)

미또끄또 2024. 3. 20. 19:14

단지 결가부좌하고 숨에 마음을 모으는 행위를 매일 반복하는 것이 이 덧없는 인생 속에서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갖는 것일까?

 

 

사람들이 온통 '컴퓨터'와 '스마트폰'이라는 기계에 홀려 있는 듯한 정보화 시대! 조동종의 법통을 이은 선사로서, 미국에 선을 보급하는데 큰 공헌을 한 스즈키 순류라는 분의 가르침을 기록한 선 입문서가 새로 번역되어 '세계화'와 '정보화'라는 화두로 자성의 시간을 갖기 힘든 우리의 시선을 끌고 있다. [안타깝게도 현재 절판. 중고서적만 구입 가능]

그런데, 우리에게 명상이란 무엇인가? 간단히 명상은 인간을 성인으로 만들어 주는 방법이자 성인의 삶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이 책 속에서 스즈키 선사는 부처님 이전에 생겨나, 부처님을 거쳐 우리에게까지 전승된 가장 오래되고도 단순한 명상의 기법을 소개한다. 그것은 결가부좌의 자세로 앉아 자신의 들숨과 날숨에 조용히 마음을 모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매일 매일의 생활 속에서 이 방법을 실천함에 있어 지녀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체험의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말씀들을 들려주고 있다. 그는 참으로 평범하고도 쉬운 말로, 좌선이란 무엇이며 왜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선 꼭 禪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담담히 이야기한다.

선으로의 초대. 스즈키 순류 쓰고, 최세만교수 옮김


때로는 시적인 표현을 통해, 그리고 때로는 명철한 관념들을 구사하면서 선의 세계와 삶의 참 길을 깊이 있고 매력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반복해 읽다 보면 처음엔 책을 읽은 것이지만 결국 '자기 자신'을 읽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쉽다는 데 있다.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쉽고, 따라 하기 쉽다. 그래서 쉽게 쉽게 따라가다 보면 알지 못하는 사이에 禪의 깊은 맛을 느끼게 해 준다고나 할까. 그러면서도 명상의 본질에 대한 우리의 왜곡된 상식을 엄격히 교정시켜 준다. 많은 사람들이 명상을 정신적 육체적 건강이나 나아가서는 예견력이나 치유력 같은 초능력을 얻게 해주는 수단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스즈키 선사에 따르면 명상은 그 어떤 것을 위한 수단이 아니며, 깨달음을 위한 수단조차 아니다. 그것은 온몸과 온 마음으로 지금 여기에 사는 삶 자체이다.

매일매일 일정시간 온몸과 온 마음으로, 몸에서 마음으로 가로놓인 다리이자 우주와 한 생명체를 이어주는 탯줄인 '숨'(들숨과 날숨)을 주시하다 보면,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무슨 일을 하든 그러한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소위 깨달음이라는 것이 오면 그뿐이며 오지 않아도 그뿐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삶은 이미 자족적이어서 더 이상 구해야 할 것이 없는 삶, 깨달음의 삶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행이 곧 깨달음'이라는 관념은 간화선 일변도인 우리 나라 선풍에 비추어 볼 때는 약간 생소한, 묵조선의 진면목을 잘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다.

스즈키 순류


탱화 그리기를 수행의 일환으로 삼는 스님처럼 이 책의 '번역작업이 곧 명상'이었기에 이미 2종의 번역본이 나와 있는 책을 다시 번역했다는 역자의 확신에 찬 말을 들어보면, 분석철학 전공자로서 '비전공자로서의 외도'를 쑥스러워 하는 젊은 철학자의 '철학함'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틈틈이, 조금씩, 아무데나 펼쳐서 읽어 나가다 보면 읽을 때마다 조금씩의 깨우침을 얻을 수 있고, 매일 20분 정도라도 차분히 앉아 숨을 바라보는 흉내라도 내다보면 고요하면서도 강력한 내면의 힘을 느낄 수 있게 되어, 이것이 가져다주는 지혜와 기쁨을 누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