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저와 아내, 그리고 초등 6학년인 외동딸 셋이서 드라마를 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야시시한 배경음악이 깔리면서 으른키스하는 장면이 나왔지요.
(남-느끼 충만한 목소리로)...영숙이, 이리 와 내 옆에 누워보지 않으련?
(여- 나풀나풀한 목소리로)...아이, 몰라용~ 용배씨.
(남 & 여- 서로의 입술을 포개며)...오오~옹..쩝접접. 후룩후룩
엉겁결에 넘어간 화면이라 우리 부부는 미처 대응할 방법도 없었고요.
어쩔 도리도 없이 제 딸도 그 으른 장면에 그대로 노출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이 당황스러웠는지 딸이 갑자기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거예요.
"엄마, 아빠도 나 낳은 이후에도 부부관계를 했던 거야?"
너무 초롱초롱 순진무구한 눈빛으로 물어봐서 매우 당황했고 황당했습니다.
제 딸아이는 그 나이 되도록 부부관계를 그야말로 '자손번식을 위한 수단'으로만 알고 있던 거였어요. 너무도 다양하고 첨단화된 미디어의 발전 때문에 요즘 아이들이 예전에 비해 매우 조숙할 거라는 선입견이 와장창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학교 성교육의 문제일까요 아니면 부모의 잘못일까요?
그렇다면, 부부관계가 자손번식을 위한 수단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알려주면 좋을까요?
'살다보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빠의 노래방 18번 이등병의 편지를 싫어했던 딸에게 (0) | 2024.03.17 |
---|---|
40대를 세컨드잡 성공으로 이끈 기사 하나 - 독학으로 eBay 최고등급셀러가 되기까지 (2) | 2024.03.17 |
나이가 그대를 속일지라도... (4) | 2024.03.16 |
세 번 깜놀, 촌닭의 첫 서울구경 - 1970년대 서울 (1) | 2024.03.16 |
영어 단어 딱 네 개면 아프리카 유학생들에게 전기장판도 판다네요. (0) | 2024.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