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힘든 농사일을 하면서 목이 마를 때마다 물 대신 막걸리를 한두 잔씩 드셨고,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저녁노을이 질 때쯤엔 아버지 얼굴 또한 붉게 물든 노을처럼 변해 있었다. 그렇게 등이 휠 것 같은 노동의 고단함을 막걸리로 달래기만 했다면 오죽 좋았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 아버지는 술이 거나하게 이마까지 오르면 종일 논밭에서 같이 땀 흘리며 일했던 어머니에게 부부싸움 끝에 손찌검을 하시곤 하였다. 어린 마음에 그런 아버지가 얼마나 밉고, 잊을만하면 당해야 하는 어머니가 얼마나 불쌍했는지 모른다. 다행히도 그런 부부싸움의 강도가 그렇게 세지 않았던 날은, 난 여동생을 데리고 마당으로 나간 뒤 다시 아버지 눈을 피해 뒤꼍 장독대 뒤에 숨어서 그 싸움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려해 했었다. 하지만, 아버..